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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레시피] 나 자신을 위한 분노 조절법
KilKilHi
2011. 7. 12. 11:16
[직장인 레시피] 나 자신을 위한 분노 조절법
![]() 오늘도 이 과장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일껏 보고서를 하루 전에 완료했더니, 예비안을 하나 더 보충하라는 것 아닌가! “이러시면 곤란하다”고 얼굴 붉히며 상사에게 항의했지만, 상대는 묵묵부답.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무실 분위기는 싸~해졌다. 울그락불그락 하는 이 과장을 데리고 옥상으로 올라간 김 대리. “과장님이 참으세요, 하루이틀도 아니지 않습니까?” 미스 리도 거든다. “아, 정말 꼭 퇴근 시간 직전에 뭐 해라 뭐 해라 하는 거 정말 짜증나요.” 위로인지 부추김인지 어쨌든 옆에서 거들어주니 이 과장의 마음이 조금 풀어지려 한다. ‘그래, 내가 언성이 좀 높아지는 바람에 옆 부서 사람들까지 쳐다본 게 영 찝찝하긴 하지만, 어쨌든 부당한 거니까 다들 이해하겠지.’ 그러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뭐 화낼 만도 하지요.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항의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저라면 그냥 참고 맙니다.” “상사가 잘했다 못 했다를 떠나서 번번이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건 이 과장이라는 게 문제죠. 좀 피곤하기도 하고요. 그냥 조용히 넘어가면 안된답니까?” “그 팀장의 문제는 회사 사람들이 다 압니다만, 이 과장도 똑같은 사람이죠. 맞상대를 해봤자 본인 손해인 것을…” “어찌됐든 상사한테 얼굴 붉히며 대드는 것은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이것이 현실이다. ![]() 화내는 사람만 손해인 세상 최근, 베스트셀러 '생각 버리기 연습'의 저자인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또 다른 책 '화내지 않는 연습'도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박완서 작가의 '나는 왜 작은 것에만 분노하는가'라는 솔깃한 제목의 책도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이런 책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세상을 사는 우리의 마음속에 다들 조그마한 분노의 불꽃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에게 또는 불특정다수에게 행해지는 ‘부당함’에 불꽃이 피어오르고 순식간에 분노 게이지가 차올라 결국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분노가 치솟아 넘쳐 오르고 나면 온몸에 기운이 쏙 빠지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린다. 심장박동은 터질듯이 빠르게 두드려댄다.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면 ‘내가 왜 그랬지’ 하는 후회와 ‘괜한 짓을 한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급물살처럼 밀려든다.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어쩐지 따가운 것 같다. 소심한 성격이라면 집에 돌아가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한다. 하루가 지나고 또 며칠이 지나 자신과 주변인 모두 그 일을 잊고 있던 참, 다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이쯤 되면 상황의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아무리 부당한 상황에서 옳은 말을 했다 치더라도 회사와 조직은 ‘조용히 알아서’ 굴러가기를 원한다. 반복적인 소란은 아무도 편들어주지 않고 “또 시작이야”라는 주변의 질시만 남는 것이다. 본인도 힘들고 주변사람도 피곤하게 만드는 악순환인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자라도 이런 성질머리로는 자신의 점수를 깎아먹는 결과를 낳는다. 대상이 누구인가? 화를 잘 내는 사람과 얘기해보면 “난 그들에게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니라 이 부당한 상황에 대해 항의하고 있는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분노는 대상에게 표출되는 것이다. 대상이 없으면 분노가 아니고 짜증이다. 그러나 직장 내의 분노는 동료나 상사를 향해서다. 또 본인은 부인해도 상대는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간인 이상 불쾌하지 않을 리가 없다. 상대가 잘못한 상황이라면 불쾌함이 배가되므로 더 안 좋을 수밖에 없다. 분노에는 대상이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직 생활에서 분노는 그 자체로 두려운 일이다. 상상하고 비약하지 마라 앞서 언급한 책 '화내지 않는 연습'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 회사에서 흔히 부딪히는 인간관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처음 수집한 정보는 상사나 동료의 아무 의미 없는 말이나 행동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나를 업신여기는 무례한 말투다’라는 자기중심적 틀에 맞춰 편집하고, 그 다음에 ‘이건 내게 너무 괴로운 일이야’라며 또 편집을 한다. 결국은 ‘나를 무시한다 이거지, 나도 뭔가 보여주겠어.’라는 충동적인 머릿속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음은 즉각적이고, 언제나 ‘나’를 중심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가장 자극적인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성질을 지닌다 …” 대체로 상황 발생→이전의 불만들이 집합→과도한 의미 부여→감정 폭발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지나친 의미 부여에 따른 과잉 감정과 비약이 좋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분노할 일은 조직 안에서 모의되지는 않는다. 단것, 담배, 물 한잔 담배의 백해무용론에 맞설 수 있는 유일무이 하다시피한 미덕 하나는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잠시 억누르는 한 순간을 제공’한다는 것. 참아야 하는데, 참으면 좋은데, 도저히 참지 못하는 상황도 분명 존재한다. 그럴 때 담배 한 가치 또는 사탕이나 캬라멜 등 달콤한 것을 입에 넣는다. 단 맛은 심리적으로 위안을 주고 엔돌핀을 긍정적으로 물들여준다. 물 한잔 또는 두 잔을 꿀꺽꿀꺽 마셔버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차가운 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 열기를 식혀준다. 애인이나 가족을 희생양으로 삼아라 미안하지만 할 수 없다. 내가 살아야 하니까. 휴대폰은 이럴 때 참 고맙다. 들고 나가 죽도록 욕하고 하소연하라. 카스트로는 피곤할 때 수면 대신 대화와 토론을 즐긴다고 한다. 3~4시간 쯤 밤새 토론을 이어가다보면 눈에서 광채가 날 지경이라 한다. ‘말로써 푸는’ 것의 효과는 의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단, 너무 자주 너무 오래 비슷한 내용을 반복하다보면 상대가 괴로워하고 짜증을 낼 수도 있으니 관계나 성격을 보아가며 판단하도록.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화를 잘 내는 사람, 화를 내서 상황을 얼음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은 “제가 틀린 것은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하는데 화를 내고 분위기를 얼어버리게 만든 그 상황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옳고 그르고는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화를 내는 그 순간 옳고 그르고의 중요성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셈이다. 응석인가? 분노인가? 화가 치미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내가 해놓은 일에 대해 나쁘게 평가받았을 때,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때, 다른 사람에 의해 내가 피해를 감수해야 할 때… 조금 바꿔 표현하면 칭찬 받지 못했을 때, 이제부터 놀 수 없을 때, 귀찮은 일에 연루되었을 때…다. 마지막 상황은 팀 플레이와 조직 업무에서는 당연시해야 한다. 즉, 귀찮고 칭찬받지 못하고 놀지 못해서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닌가? 평소의 불만이 분노의 자양분이다 만날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 없는 업무지시, 책임감 없는 무능력한 상사가 꼴보기 싫다. 윗사람한테 잘 보이려 아부하고 은근히 나를 무시하는 동료는 얄밉다. 뺀질뺀질 요령만 피우고 선배 알기를 우습게 아는 듯한 후배는 꼴도 보기 싫다. 회사는 또 왜 이리 비합리적이고 답답한가 말이다. 평소 이런 생각을 갖고 투덜투덜 불평하고 드러내던 사람들이 분노 게이지가 쉽게 달아오른다. 조직생활의 스트레스야 누구나 마찬가지. 그러나 입 밖으로 드러내고 안 드러내고, 행동으로 표현하고 안 하고는 개인차다. 습관은 행동으로 비약하기 쉽다. 때로는 토스해버려라 정말 아닌 일, 힘든 일, 싫은 일이 있다. 이럴 때는 끝까지 쥐고 있어봐야 해결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는 비겁해져라. 다른 사람에게 토스해 버리는 것이다. 평소 미웠던 사람, 뺀질거리던 사람, 어리버리한 후배도 좋다. 의외로 그리로 가서 잘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능력은 안되면서 어설픈 책임감과 고집으로 스스로를 들볶다가 주변까지 힘들게 만드는 것보다는 백배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글 = 박윤선 (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85호(11.07.12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