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는 부모의 거울… 본받을 롤모델 보여야 예쁜 말 쓰면 칭찬해 자기 언행 확신 심도록 《“야, 이 빵꾸똥꾸야!” “먹지 마! 어디 거지같은 게 내가 사온 케이크를 먹으려고.” “내 방에서 당장 나가.” MBC TV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나오는 9세 여자아이 해리(진지희)는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빵꾸똥꾸’와 같은 자극적 표현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해리가 ‘빵꾸똥꾸’ 등을 반복해 쓰는 것이 또래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방송사에 내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해리가) 정신분열증에 걸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아정신 전문가들은 해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황준원 강남을지병원 성장학습발달센터 교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해리같이 심한 말을 반복하는 아이는 반항성 도전장애(oppositional defiant disorder)로 봤지만 최근에는 해리와 같은 아이가 드물지 않기 때문에 정신이상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에 대한 정신적 치료보다는 부모가 제 역할을 해주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롤 모델이 안 되는 엄마 해리는 어른이건 아이건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은 ‘빵꾸똥꾸’라고 부른다. ‘빵꾸똥꾸’와 ‘빵꾸똥꾸가 아닌 사람’으로 나눈다. 홍강의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부모가 다른 사람에게 위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이에게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준 탓”이라고 말했다. 극중 해리의 엄마(오현경)는 태권도 선수 출신 체육교사로 해리의 아빠(정보석)를 꽉 쥐고 산다. 해리 아빠가 “여보, 내 생각엔 말이야…”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면 해리 엄마는 “됐어, 당신이 뭘 안다고”라며 면박하기 일쑤다. 또 해리의 오빠인 고등학생 아들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뒤꿈치로 찍기도 한다. 최진숙 서울의료원 정신과 주임과장은 “아이는 5, 6세부터 부모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모방하고자 하기 때문에 엄마는 딸에게 본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는 집안사정 때문에 해리 집 가정부로 들어온 신세경(신세경)과 동생 신신애(서신애)를 놀리는 재미에 살지만 어른들은 이를 방치한다. 해리가 신애에게 장난감을 빼앗으며 “다 내 거야”라고 외쳐도 해리 엄마는 “야! 왜 그래”라고 소리만 지를 뿐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는다. 황준원 교수는 “부모와 형제가 ‘빵꾸똥꾸’ 같은 말을 듣고 하지 말라고 몇 번 얘기하다가 포기하거나, 아이의 공격적인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껴 방관하면 해리의 증세는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또 주위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일부러 한 번 더 해보라고 할수록 아이의 버릇은 더 나빠진다. ○ 우유부단하고 감싸기만 하는 아빠 소아정신 전문가들은 엄마보다 아빠가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아빠는 해리가 따르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하지만 아빠는 일관성 있고 단호한 태도로 아이의 공격적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변비에 걸렸으면서도 갈비만 계속 먹겠다고 고집하는 해리를 귀엽다고만 하고, 엄마가 해리를 혼내려고 하면 “애 기죽게 왜 자꾸 그래”라며 무마하기에 바쁘다.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게끔 방조하는 것이다. 최진숙 과장은 “긍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정말 잘했네. 네가 이렇게 하니까 친구들이 좋아한다’며 관심을 가져주되 반대로 부정적인 행동을 했을 때는 적당히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리 같은 아이, 어떻게 고쳐줘야 할까 아이의 말버릇이 험할 경우 어른들은 쓰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대신 쓸 수 있는 말과 행동을 가르쳐줘야 한다. 예를 들어 ‘빵꾸똥꾸’라는 말 대신에 “나는 내 것 만지는 게 싫어”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와 같은 말로 대체하도록 훈련을 시킨다. 아이와 험한 말을 쓰지 않기로 약속한 뒤 며칠간 잘 지키면 보상을 해주도록 한다. “예쁜 말을 쓰니까 더 의젓해 보이는데”라고 칭찬해 아이에게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이 올바르다는 확신을 주도록 한다. 어른들이 무심코 한 행동에서 아이는 배운다. 해리가 친구들을 힘으로 밀어내는 것은 할아버지 이순재가 사위를 무시하고 발로 걷어차는 행동이 원인일 수 있다. 결국 해리의 행동을 바꾸려면 집안 식구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
위압적 엄마 + 소극적 아빠=‘나쁜 말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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